환자분의 상태는 수부 전문의를 자처하는 저희로서도 매우 어렵고 드문 경우에 속합니다. 환자분이 찾아다니신 병원의 선생님들도 다 수부전문의이고 저희와 선후배사이입니다. 그분들이나 저희에게나 환자분의 상태가 애매해서 선뜻 진단과 치료방침을 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적어주신 내용으로 봐서 현재 의학 수준으로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했다고 봅니다. 정중신경이 머리의 뇌로부터 시작해서 손까지 가는 도중에 어느 곳에 문제가 생겨도 정중 신경의 이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정중신경은 감각신경을 담당하는 부분과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운동신경도 아랫팔에서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근육을 주로 지배하고 손목아래에서는 환자분이 움푹들어갔다고 말하시는 부위의 근육을 지배합니다.
환자분은 다른 부위는 전혀 이상이 없고 손목아래에서의 엄지 두덩 근육만이 들어가 있기때문에 가능성은 근육자체의 문제(그것이 무엇이든, 선천적인 것이든, 후천적인것이든)나 아니면 정중신경중에서 회귀 운동신경가지(recurrent motor branch)만의 이상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부위에서도 아주 아주 드물게 정중 신경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앞서 말한 운동신경가지로 가는 신경줄을 눌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거의 상상하기 힘든 경우입니다.
근육자체의 문제라면 수술로는 해결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만약 아주 드물지만 손바닥부위에서 회귀 운동신경 가지가 무언가에 눌리고 있다면 수술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신경이 눌러서 온 마비라 하더라도 이미 근육의 퇴화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라고 생각되기때문에 신경을 풀어준다고 근육이 다시 회복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더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습니다.
근육문제이냐, 신경문제이냐는 지금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수술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느냐도 알 수는 없는 것입니다. 회귀 운동신경가지는 매우 가는 신경으로 MRI상으로도 알기가 어렵습니다.
환자분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가지입니다.
첫째, 수술로서 손바닥 부위에서 정중신경및 그 회귀운동가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어디가 정확히 이상이 있는지 몰라도 신경자체를 따라가면서 확인해주면 어딘가에서 눌렸을 가능성이 있는 부위가 풀어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이 수술로 근육이 회복될수 있는가는 반반의 확률입니다.
둘째, 현재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전에 외래에서 잠깐 설명드린대로 수근관 증후군을 수술하지 않고 오래 나두어서 엄지두덩의 근육이 퇴화된 환자들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엄지의 힘이 약간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생활하는데는 불편함이 없다고 하기때문입니다. 생활에 불편하지 않다면 굳이 수술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셋째, 엄지의 힘이 떨어져서 생활에 불편하다면 일차적으로 신경 수술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다른 손가락의 힘줄을 엄지쪽으로 옮겨주는 건전이술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근위축을 동반한 수근관 증후군에서 아예 처음부터 신경수술과 함께 건전이술을 같이 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환자분은 수근관 증후군은 아니므로 같이 하는 것은 별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건전이술은 엄지두덩의 근육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고 다른 힘줄을 옮겨주어서 엄지두덩 근육의 역할을 해주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힘줄을 떼어낸 곳도 약간의 기능장애는 있을 수 있고 엄지도 완전 정상은 되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엄지가 다른 손가락과 만나는 (대립이라고 부릅니다) 운동을 보다 원활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수술에 따른 비용, 흉터, 통증등 손해보는 부분과 수술로 얻을 수 있는 효과의 기대치가 비슷하기때문에 어느 방법을 선택할지는 결국 환자분에게 달려있습니다. 암처럼 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 큰일납니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때문입니다. 수술을 해도 근위축이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했고 이를 감수할 수 있다면 신경수술을 하는 것이고 그 가능성을 못 믿겠다면 현재대로 사시는 것입니다. 생활에 불편해질 때 그때 건전이 수술을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속시원한 답을 원하시는 것을 알지만 환자분의 상태가 그런 답을 드리기에는 너무 애매한 상태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선택은 본인이 하시는 것이구요. 제 개인적인 의견은 외래에서 말씀드린 데로 현재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이구 정답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