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전공한 이후에 저희 아이가 태어났는데 태어나자 마자 제일 먼저 본게 발가락, 손가락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초음파가 발달해서 미리 손가락, 발가락도 확인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아이도 뱃속에서 유난히 손가락을 보여주지 않아서. 손가락을 전공하면서 많은 선천성 이상을 경험하다보니 내심 걱정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불쑥 제 이야기를 하게 된것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시라고 한 것입니다.
아이의 손가락 이상은 교과서에 나온것이나 상상하는 것보다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흔히 알려진 것이 다지증과 합지증입니다만 다른 형태의 이상도 많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형아 검사는 뇌나 신경과 같은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기형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게되므로 손가락 기형은 알 수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지 손가락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엄지가 있다면 손의 기능은 생각보다 좋습니다. 엄지가 5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없다고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구요.
아직까지 의학기술로는 없는 조직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다른 분에게도 답변드렸듯이 줄기세포 기술이 발전하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아직까지는 먼 훗날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방법은 다른 부위의 조직을 떼어와서 옮겨주는 것입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당신의 손가락, 발가락을 잘라서 이식해달라고도 하십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아직까지 다른 사람의 손가락을 이식해서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 심장, 신장, 폐등과 달리 피부는 매우 면역반응이 강해서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써야만 됩니다. 다른 장기와 달리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심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면서까지 수술을 하는 것은 윤리상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약 10명내외가 손목부위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받은 경우가 알려져 있습니다. 양손목이 절단된 젊은 사람만이 수술의 적응증이 됩니다. 이들중 몇몇은 다시 절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성공율도 낮고 어렵고 위험합니다. 생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구요. 얼마전 뉴스에 나온 안면이식수술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그래서,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발가락을 떼어서 옮겨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발가락이 없어진다는 것이고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발가락이 없는 것도 많은 문제가 됩니다. 서양에서는 발가락 이식수술이 비교적 많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많이 못하는 것이 이러한 온돌 문화때문입니다.
발가락 이식수술이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엄지의 경우에는 손바닥안에 있는 관절의 발달 유무가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엄지를 포함해서 3번, 4번 손가락을 이식하게 됩니다. 이렇게 세개가 필요할 경우 양쪽 발가락을 이용해야 보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엄지와 다른 손가락은 같이 수술하는 것은 수술 시간이 매우 길기때문에 불가능합니다. 또한 보통 두세차례의 추가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시기는 이론상으로는 일찍 하면 좋지만 발가락 이식수술 자체가 매우 어렵고 실패율이 있기 때문에 교과서적으로는 6세경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어느정도 말귀가 통해야 재활훈련이 가능하고 결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카분과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다른 부위에 동반 이상을 가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일단 건강하게 키우시는 것이 현재는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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