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힘줄. 신경, 혈관 수술들은 X-ray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수술후 피부가 봉합되면 겉에 상처만 보고 상태를 알수 없습니다. 또한 워낙 작은 구조물들이고 수술 후 상처들때문에 MRI나 초음파로도 정확한 상태를 알수가 없습니다. 수술기록지나 소견서로도 현재 상태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술 과정에서 이러한 연부조직 손상이 어떻게 됬고 어떻게 수술했는지는 직접 수술한 의사만이 알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술후 재활, 그리고 앞으로 어떤 결과(예후)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수술한 의사뿐입니다.
저희 병원도 수부외과 전문의만 5명이지만 같은 병원이라도 다른 의사가 수술한 환자의 재활에 대해 말할수 없습니다. 수술하지 않은 의사가 수술기록지나 수술 사진만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할수도 없고 책임질수도 없으니까요.
이렇게 길게 서론을 쓴 이유는 제가 주치의보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직접 내원하셔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수술기록지, 수술사진을 가져오셔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상태를 저희가 알수도 없으므로 어떻게 재활하라고 말할수도 없으며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답답하시겠지만 현실이 그렇지요. 만약 저희 병원에서 치료를 하겠다면 향후 결과에 대해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하셔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중간에 병원을 옮겨서 잘못되면 그쪽 병원에서는 당연히 환자분이 자기네 병원 지시에 따르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것이고 저희는 당연히 처음부터 잘못됬다고 하겠지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므로 병원을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하시라는 것입니다. 저희도 많이 부담스럽다는 뜻입니다. )
신전건 손상이라는 같은 진단명하에서도 손상위치(손가락 어느 부위, 손등 어느 부위 ,손목 어느 부위) /손상형태(으깸, 베임, 말림 등등)/ 동반 골절이나 신경, 피부 손상 유무/ 환자의 지병이나 흡연유무 등 매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재활을 해야됩니다.
다만 특별한 사유(재파열의 위험성이 너무 높은 경우,,,, 결손이 동반된 경우나 골절,피부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등)가 없으면 힘줄은 수술 다음날 늦어도 며칠 안에는 재활을 시작하는게 교과서적 치료입니다. 여기 글을 많이 읽어보셨다고 하시니까 아시겠지만 힘줄 재활은 재파열과 유착이라는 서로 모순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아주 섬세한 재활이 필요합니다. 너무 많이 움직이면 재파열되고 너무 안움직이면 유착이 되는 것이죠. 적당히 움직여야되는데 적당히라는 말이 현실에서도 어렵듯이 재활에서도 어렵습니다. 줄타기하는 느낌.... 그리고 그 재활은 의사나 물리치료사가 하는게 아니고 환자 스스로 해야되고 그에 대한 교육은 수술한 의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각도로 어느 정도 힘을 줘야 되는지......
진찰을 해보지 않아도 현재는 이미 유착이 생긴 것입니다. 피부가 아물듯이 힘줄 주변도 엉겨붙으면서 아무니까요. 이미 봉합사를 제거했고 수술후 수주가 지난 상태이니까요.,
물론 힘줄 자체는 피가 통하지 않는 조직이므로 최소 8주에서 12주까지 걸립니다. 힘줄이 아무는 것과 주변조직이 엉겨 붙는 유착은 다른 것입니다. 주변조직은 피부와 같아서 1-2주면 엉겨 붙습니다. 힘줄이 완전히 붙는 것은 재파열이 될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죠. 그때까지 기다리면 유착은 이미 많이 진행된 것이구요.
한번 유착되면 수술로도 완벽히 해결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환자분이 현재 너클 관절(중수지관절)을 신전 상태(완전히 편 상태)로 고정했는데 그 자체로도 너클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게 됩니다. 유착과 더불어 관절까지 이차적 문제가 생기므로 재수술후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습니다. 너클 관절은 한편 안구부러지면 재활이 너무 어렵기때문에 고정을 하려며 90도에 가깝게 고정하거나 아니면 아예 고정하지 않아야 됩니다. 당연히 신전건에서는 90도로 꺾을 수 없으므로 저희 병원은 아예 고정하지 않게 합니다. 골절도 마찬가지구요.
원칙적으로 손등에서 손가락 신전건이 다치면 손목 앞쪽으로 부목을 대고 손목을 뒤로 제껴줘야 신전건에 힘이 덜 가해지므로 부목을 손바닥쪽으로 대어야 합니다. 지금 다치지 않은 손을 주목을 쥐고 손목을 움직여보십시요. 손목을 뒤로 제낄때 손등 힘줄이 덜 당길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고무줄 보조기 같은 것으로 펴는 것을 도와 주면서 재활을 하는게 원칙적인 신전건 재활입니다.
물론 이는 교과서적 치료 원칙이고 그쪽 병원에서 왜 현재 상태로 했는지는 저도 알수 없고 이게 틀렸다고 말씀드릴 수도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떻게 재활할지는 수술한 의사만이 알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그쪽 의사가 책임지고 치료를 해야되겠지요.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로 생각되서 저도 답답하지만 저희 병원에 오신다고 해도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저희가 어떻게 할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